sosulbalam
2022. 12. 20. 20:59
어느날 백장미 잎사귀에 흰색 거미줄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그 안에 작은 흰색 알갱이들이 드문드문 자리하고 있었다.
그냥, 일반 '거미줄' 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그 거미줄은 점점 그 영역이 확장되어 줄기까지 다다랐다.
거미가 알을 낳아서 그런가?
싱그러움이 느껴졌던 초록색 잎사귀는 점점 백반증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가지에 달린 여러개의 흰색 장미 꽃 봉오리는 서서히 열려가고 있었다.
물을 주기 위해서 다시 장미꽃을 살폈다.
이제는 장미꽃 전체를 흰색 거미줄이 감싸 안았다.
싱싱했던 잎사귀는 변색되어 기운이 없어 보였고,
손으로 살짝만 건드려도, 잎사귀가 힘없이 가지로 부터 떨어졌다.
흰색 거미줄이 엉거붙은 백색의 꽃봉오리도 답답함을 호소하는듯 했다.
드디어 장미에 가위를 댔다.
아직 열리지도 않은 장미꽃봉오리들과 가지들이 내 가위질에 힘없이 사라져 갔다.
땅위로 10cm 정도의 줄기만 남았다.
내가 무심코 지나쳤던 작은 거미줄이었는데, 결국은 모든것을 잘라내게 했다.
'언제 만개할까?'
내게 기대감을 주었던 아름다운 꽃봉오리들도
이제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어제 다시 화분을 살폈다.
며칠전 부터 올라오기 시작한 새 순은 다시 동그랗게 말았던 잎사귀를 한껏 펼쳐
기지개를 활짝 펴고 있다.
모든것을 잘라내야 하는 순간,
그 결정은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동반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그 감정이 무디어 졌을때 쯔음,
다시 푸릇한 희망과 설렘이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