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하루의 기록_2024
56_마실 나온 달팽이
sosulbalam
2024. 3. 23. 23:09
달팽이
오늘은 뒷동산의 나무 계단을 올랐다.
어제 내린 비로 한껏 물을 머금은 흙은 축축하니 생기가 있어 보이다 못해 포근해 보인다.
약수터가 있는 곳의 계단에 다다랐다.
한계단 그 다음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멀리서 보았을때는 마른 낙엽같은 갈색이어서 땅에 뒹구는 꺽여진 나뭇가지인줄 알았다.
가까이 다가갈 수록 몸에 수분이 빠쪄서 말라버린 지렁이 같은 느낌이었다.
조금씩 움직임이 보인다.
집이 없는 달팽이 인가?
마실 나온건가?
아니면, 이사 가는 중인가?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는다
몸뚱아리가 꿈틀꿈틀 거리며 조금씩 그 위치가 변하고 있다.
천천히 그러나, 결코 멈추지 않는다.
목표를 정확하게 설정하고 그곳을 향해,
쉬는 한이 있더라도 결코 멈추지만 않는다면
도달할 수 있을거라고
그렇게 온 몸으로 내게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잠깐 동안의 휴식
달팽이의 움직임을 바라보았다.
내가 찰칵 거리느라 녀석의 공간을 침범하는데도,
아무런 동요 없이 그저 묵묵할 뿐이다.
몸을 한껏 웅쿠리고,
그냥 바라 보았다.
그렇게 녀석은 내게 잠깐 동안의 '여유' 를 선사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