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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ICA/144기_볼리비아_20211014~20231227

292_로드리게쓰 시장_718일

by sosulbalam 2023. 12. 17.

 

비타민C 와 과일장수

 

문득 서울치과 의사 선생님 말이 생각났다.

'비타민C를 많이 먹으세요!'

 

금요일 스페인어 수업을 마치고, 로드리게쓰 시장까지 걸어갔다.

길모퉁이에서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얼굴에 간직한 할머니가  2종류의 과일을 포대에 담고 판다.

문득 그 할머니가 생각났다.

 

 

이글레시아 산 미구엘

 

현관문에 놓아둔 폐지를 두팔에 앉고, 아파트 입구를 나섰다.

분홍색 모자를 눌러썼는데도 불구하고, 강렬한 태양에 눈꺼풀이 저절로 내려온다.

잠시 폐지를 보도에 내려 놓고 배낭을 열었다.

선글라스를 코등에 얹으니 저 멀리 도로끝까지 보인다.

다시 폐지를 두팔로 단단히 받치고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웬지 걸음걸이가 가벼워 져서 구름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어느덧 분리수거함이 있는 21번가  Iglesia San Miguel Arcàngel 에 다다랐다.

이곳은 성탄절 분위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교회앞에 구두딱이 아저씨가 손님의 구두를 닦고 있다.

내가 지나가는 순간에 갑자기 수건을 터는 듯한 '탁' 소리가 난다.

 

이곳 볼리비아에서 지난 2년동안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집단 괴롭힘이다.

이런일들은 비단 나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교회앞 행단보도를 향해 가건너 저 멀리 다가오는 미니버스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앞 유리에 21 de Octubre 라는 글자가 보인다.

 

 

미니버스

 

문가 바로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갑자기 오른쪽 팔뚝이 아파왔다.

미니 버스안에 있는  안내양이 닫은 문틈에 살집이 끼었다.

순간 뚱한 표정의 여자의 얼굴을 쳐다봤다.

 

'Cundo cierra la puerta, cuidado!'

 

머릿속에 맴돌았지만, 입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아직까지 통증이 느껴진다.

내일쯤이면, 파란 멍이 들어있을 것이다.

 

 

로드리게쓰 시장

 

토요일이라 그런지 시장안은 평일보다 물건을 펼쳐 놓은 상인들이 많이 보였다.

이리 저리 둘러보아도 오늘은 그 과일장수 할머니가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 틈을 이리저리 피해서 시장 안쪽 깊숙한 곳에 채소파는 곳으로 들어갔다.

오이와 자두 그리고 멜론을 사서 입구쪽으로 걸어나오고 있는 중이엇다.

볼리비아 전통의상인 '촐리타' 를 입은 40대 정도의 여자가 침뱉는 듯한 입모양을 하면서 내 바로 옆까지 다가왔다.

그냥 무시하고 지나쳤다.

 

이곳 시장에서도 나이든 아저씨들이 바로 내 옆으로 바짝 다가와 갑자기 '헛기침' 을 하면서 지나갔었다.

 

모퉁이를 돌아 눈길이 닿은 땅바닥에 마늘이 보인다.

마늘을 사고 있는 도중, 또 다시 '헛기침' 소리가 들려온다.

허름한 차림에 약간 구부정한 등에는 무언가를 메고 지나가는 나이든 아저씨였다.

 

 

Adios

 

이곳 볼리비아에서 나는 다양한 '인간 군상' 을 경험했다.

적대적이고 어둡고 거친 인간들을 바라보면서,

이들이 과거 스페인의 식민지였을 당시 받았을 설움을 기억하지 못한는건 아닌지 잠시 생각하게 만든다.